대학원생을 위한 연구와 논문 쓰기 ⑤
논문 초안을 읽고 “논리가 부족하다”거나 “흐름이 자연스럽지 않다”라고 말하면, 학생들은 문장을 고치기 시작합니다. 접속사를 추가하고, 문단 순서를 바꾸고, 영어 표현을 다듬습니다. 이런 수정도 필요하지만, 정작 문제가 있는 곳은 문장 사이가 아니라 생각 사이인 경우가 많습니다.
왜 이 문제가 연구할 가치가 있는지, 기존 지식으로는 무엇이 해결되지 않는지, 제안한 방법이 그 문제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실험 결과로부터 어떤 결론을 내릴 수 있는지가 충분히 연결되어 있지 않은 것입니다.
논문의 논리는 이러한 연결이 타당한지를 뜻합니다. 논문의 흐름은 독자가 그 연결을 이해할 수 있는 순서로 설명되어 있는지를 뜻합니다. 각각의 문장이 맞더라도 연결이 성립하지 않을 수 있고, 연구의 논리가 타당하더라도 설명 순서 때문에 독자가 따라가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논문을 쓸 때는 이 두 가지를 함께 살펴야 합니다.
1. 무엇을 했는지에서 무엇을 알게 되었는지로
연구를 수행한 사람은 자신이 한 일을 잘 알고 있습니다. 자료를 수집하고, 방법을 개발하고, 실험 조건을 조정하고, 결과를 분석한 과정도 기억합니다. 그래서 초안을 쓰면 자연스럽게 작업 순서가 글의 순서가 됩니다.
그러나 연구자가 작업한 순서와 독자가 연구를 이해하는 순서는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는 세부적인 개발 과정을 알기 전에 그 방법이 왜 필요한지 이해해야 합니다. 결과를 읽기 전에는 무엇을 확인하기 위한 실험인지 알아야 합니다. 결론에 도달했을 때는 그 판단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이미 접했어야 합니다.
따라서 논문을 정리할 때는 다음 두 질문을 함께 해야 합니다.
“다음에 무엇을 했는가?”
“독자가 다음으로 무엇을 알아야 하는가?”
연구 과정에서 많은 일을 했더라도 모든 작업이 논문에서 같은 비중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핵심 주장을 이해하고 판단하는 데 필요한 내용에 비중을 두어야 합니다.
2. 주장–이유–근거로 생각을 정리하기
논문의 논리를 점검하는 기본적인 방법은 주장, 이유, 근거를 구분하는 것입니다.
| 요소 | 역할 | 점검할 질문 |
|---|---|---|
| 주장(Claim) | 독자가 받아들이기를 바라는 판단이나 결론 | 무엇을 말하려는가? |
| 이유(Reason) | 그 주장을 받아들여야 하는 까닭 | 왜 그렇게 판단하는가? |
| 근거(Evidence) | 그 이유를 뒷받침하는 자료 | 무엇으로 확인했는가? |
주장은 논문 전체의 핵심 기여일 수도 있고, 한 절이나 문단에서 전달하려는 작은 판단일 수도 있습니다. 근거에는 측정값, 비교 실험, 수학적 유도, 시뮬레이션 결과, 관찰 기록, 선행연구 등이 해당할 수 있습니다.
이유와 근거는 일상적인 표현에서는 섞여 쓰이지만, 논문을 검토할 때는 구분해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이유는 또 하나의 판단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판단이 맞다는 것을 무엇으로 확인했는지 물어야 근거까지 도달할 수 있습니다.
The Craft of Research는 이러한 주장, 이유, 근거의 관계를 연구 논증의 기본 구조로 다룹니다. 또한 그 관계를 정당화하는 설명과 예상되는 반론에 대한 대응도 강조합니다.[1]
다만 이 구조를 모든 문단에 기계적으로 적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주장부터 쓰고 근거를 제시할 수도 있고, 관찰한 결과를 설명한 뒤 결론을 도출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배열 자체보다 각 요소의 역할과 연결입니다.
3. 근거를 제시한 다음에도 설명이 필요하다
학생들은 표나 그림을 제시하면 주장이 충분히 뒷받침되었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자료를 보여주는 것과 그 자료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설명하는 것은 별개의 일입니다.
독자가 확인해야 하는 것은 수치의 크기만이 아닙니다.
- 무엇과 비교한 값인가?
- 어떤 조건에서 얻은 결과인가?
- 선택한 지표가 주장하려는 특성을 적절하게 나타내는가?
- 관찰한 차이로부터 어디까지 판단할 수 있는가?
이 연결을 설명하지 않으면 독자는 저자의 의도를 추측하게 됩니다. 논문을 쓴 사람에게는 너무 당연해서 생략한 부분이, 처음 읽는 사람에게는 가장 필요한 설명일 수 있습니다.
툴민의 논증 모형에서 warrant는 자료에서 주장으로 나아가는 추론을 정당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논문을 쓰는 입장에서는 다음 질문으로 이해하면 좋습니다.[2]
“왜 이 근거가 이 주장을 뒷받침하는가?”
따라서 결과를 제시한 뒤에는 그 결과가 연구 질문에 어떤 답을 주는지 설명해야 합니다. 표에 있는 수치를 문장으로 반복하는 것만으로는 이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기 어렵습니다.
4. 서론의 질문이 결론까지 이어져야 한다
논문 전체의 흐름은 각 부분이 서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살펴보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 논문의 부분 | 논리적 역할 |
|---|---|
| 서론 | 연구할 문제와 기존 지식의 공백을 밝히고, 연구 질문과 목적을 도출한다. |
| 연구방법 | 연구 질문에 답하기 위한 접근을 설명하고, 선택한 방법의 타당성을 밝힌다. |
| 결과 | 연구 질문을 판단할 수 있는 자료를 제시한다. |
| 토의 | 결과의 의미, 기존 지식과의 관계, 해석할 수 있는 범위를 설명한다. |
| 결론 | 앞의 과정을 통해 뒷받침된 답과 기여를 제시한다. |
학술지나 연구 유형에 따라 절의 구성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도 문제 제기, 검증 방법, 결과, 해석, 결론 사이의 연결은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서론에서 중요하다고 제시한 문제가 실험에서 다뤄지지 않거나, 실험에서 측정한 내용과 다른 특성을 결론에서 강조한다면 흐름이 끊어집니다. 연구 질문이 지나치게 넓거나, 실제 수행한 연구에 맞게 서론과 결론이 수정되지 않았을 때 이런 문제가 생깁니다.
초안을 완성한 뒤에는 서론의 연구 목적과 결론을 나란히 읽어보세요. 처음 던진 질문에 마지막에서 답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문제를 찾을 수 있습니다.
5. 문단마다 해야 할 일이 있다
논문 전체의 흐름이 잡혀 있어도 문단 안에서 논리가 흩어질 수 있습니다. 한 문단에 여러 주장이 섞여 있거나, 중심 판단 없이 관련 정보만 이어지는 경우입니다.
문단을 읽은 뒤에는 “그래서 이 문단은 무엇을 말하는가?”에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나머지 문장들이 그 내용을 설명하거나, 뒷받침하거나, 범위를 한정하는 데 기여해야 합니다.
문단 사이의 연결도 마찬가지입니다. 앞 문단을 읽었기 때문에 다음 문단의 내용이 필요해져야 합니다. 앞에서 제기하지 않은 문제가 갑자기 등장하거나, 정의하지 않은 개념을 전제로 설명을 시작하면 독자는 되돌아가서 읽게 됩니다.
접속사는 이미 존재하는 관계를 표시하는 표현입니다. 관계가 불분명한 문장 사이에 ‘또한’, ‘그러나’, ‘따라서’를 넣는다고 논리가 생기지는 않습니다.
특히 ‘따라서’가 들어간 문장은 주의해서 읽어야 합니다. 앞의 설명을 모두 받아들이더라도 뒤의 결론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면, 중간에 필요한 전제나 근거가 빠져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6. 공학적 의미도 논리적으로 연결해야 한다
공학 연구에서는 결과의 학술적 의미와 함께 실무적 의미를 설명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도 연구 결과와 기대 효과 사이의 거리를 확인해야 합니다.
특정 지표의 개선, 시스템의 작동 여부, 실제 활용 가능성, 경제적 효과는 서로 연결될 수 있지만 같은 판단은 아닙니다. 한 단계의 결과가 다음 단계의 성과를 자동으로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직접 확인한 결과와 그 결과를 바탕으로 기대하는 활용 가능성을 구분해야 합니다. 활용 가능성을 논의할 때는 어떤 조건이 충족되어야 하는지도 밝혀야 합니다.
이런 구분은 연구의 가치를 낮추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독자가 현재 연구의 기여를 정확히 이해하고, 후속 연구나 실제 적용에 필요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일입니다.
주장을 강하게 쓰는 것보다 정확하게 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적용 조건과 범위를 명확히 한 주장은 독자가 검토하기 쉽고, 다른 연구가 이어받기도 쉽습니다.
7. 한계는 주장의 범위를 결정한다
논문의 한계는 토의 마지막에 형식적으로 붙이는 문장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자료와 연구 설계에 한계가 있다면 그 한계는 앞에서 제시한 주장의 범위에도 반영되어야 합니다.
넓은 결론을 확정적으로 제시한 뒤 마지막에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라고 적는 것만으로는 앞의 논리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추가 검증이 필요한 부분이라면 현재 무엇까지 확인되었는지를 본문과 결론에서 구분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모든 문장을 소극적으로 쓸 필요는 없습니다. 근거가 충분한 부분은 분명하게 말하면 됩니다. 다음 세 가지를 구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확인한 사실
- 그 사실에 대한 해석
- 아직 검증하지 않은 가능성
논문을 수정할 때도 이 구분이 도움이 됩니다. 근거가 부족한 주장을 발견했다면 추가 분석이 필요한지, 기존 자료를 더 명확하게 설명하면 되는지, 주장을 좁히는 것이 적절한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8. 초안을 다 쓴 뒤 확인할 질문
문장 표현을 다듬기 전에 다음을 점검해보면 좋겠습니다.
- 이 논문의 핵심 주장을 한두 문장으로 말할 수 있는가?
- 서론에서 제시한 연구 질문에 결과와 결론이 답하고 있는가?
- 각각의 중요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어디에 있는지 가리킬 수 있는가?
- 그 근거가 왜 해당 주장을 지지하는지 독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했는가?
- 직접 확인한 결과보다 넓은 범위로 결론을 확장하지 않았는가?
- 각 문단의 역할과 앞뒤 문단과의 관계를 설명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어렵다면 문장을 더 매끄럽게 만드는 것보다 논문의 구조를 먼저 수정하는 편이 좋습니다. 때로는 설명을 추가해야 하고, 때로는 핵심 주장과 관계없는 내용을 덜어내야 합니다.
독자는 연구자가 겪은 모든 과정을 함께 경험하지 않았습니다. 논문에 적힌 내용만으로 문제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방법의 타당성을 판단하고, 결과로부터 결론에 도달해야 합니다. 그 판단 과정이 글 안에서 끊기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논문의 논리와 흐름을 다듬는 일입니다.
참고 자료
[1] Booth, W. C., Colomb, G. G., Williams, J. M., Bizup, J., & FitzGerald, W. T. (2024). The Craft of Research (5th ed.). University of Chicago Press.
주장·이유·근거의 구성, 논리적 연결, 반론에 대한 대응을 공부하기에 좋은 자료입니다. 특히 5–9장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출판사 안내
[2] Toulmin, S. E. (2003). The Uses of Argument (Updated ed.; original work published 1958). Cambridge University Press.
자료가 어떤 전제와 정당화를 통해 주장으로 이어지는지 살펴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출판사 안내
대학원생을 위한 연구와 논문 시리즈